게임학 노트 - 란 무엇인가.

내가 처음 게임에 대해 정리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나는 오래지 않아 이 작업에 대해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때는 겨우 게임에 관한 내용이 이렇게 방대하고 깊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게임학에 대해 이런저런 정리를 시도해보고, 나는 이 방대한 내용을 맥락에 따라 차근차근 정리할 능력이 스스로에게 없음을 금방 깨달았다.

나의 주장을 조리있게 체계화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문제는 그 이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디테일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게임 자체가 개념적으로 매우 빠르게 변해왔고 많은 게임학도들 역시 자신이 즐긴 게임들만을 위주로-특히 비디오게임을 위주로 게임학을 탐구하다 보니, ‘게임’이라고 말했을 때 각자 머리속에 떠올리는 게임의 이미지부터가 판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설득력 있는 게임학적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납득 가능한 개념정리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예컨대, 요즈음은 콘솔 싱글플레이 비디오게임 마니아들의 세력에 힘입어 게임을 일종의 트랜스미디어적 예술품으로 보자는 서사학적 관점이 힘을 얻고 있는데, 나는 그러한 서사학적 관점이 게임의 개념을 지나치게 축소시킬 뿐 아니라 미학의 탐구영역을 지나치게 넓힌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의 게임학적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전술한 게임-서사학적 주장의 근거에 하나하나 반박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이것은 대단히 필요한 작업이고 또 내 주장이 맞든 틀리든 이러한 논박 자체가 게임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겠지만, 고된 작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먼저 맥락적 서술을 포기하고 게임에 대한 여러가지 화두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보기로 하였다. 따라서 이 노트에서는 게임 개념 전체를 아우르는 광대한 주제를 다룰 수도, 특정 게임의 특정 부분과 같은 미소한 주제를 다룰 수도 있다. 또는 인접하거나 다른 어떤 관계를 가진 두 개념들의 비교가 주제가 될 수도 있다-개념들의 비교는, 양쪽 개념 모두의 이해를 넓히기 때문이다. 이 노트들에 대해 어떠한 피드백이 있다면 분명 고맙겠지만, 기본적으로 이것들은 내 생각의 파편이고, 그러므로 본질적으로 토론 자체가 불가능한 면이 있다. 노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맥락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노트들은 불친절하고, 맥락의 바깥에서 큰 의미를 가지지도 않으며, 추후 노트 간의 맥락에 맞춰 언제고 수정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노트의 독자에게 부디, 위와 같은 필자중심적 태도에 대해 양해를 바란다. 굳이 음식에 비유한다면, 이 것들은 맛있는 요리가 아니다. 심지어, 요리도 아니다. 이 노트들은 언젠가 요리가 될 날을 기다리며 뒤섞여 있을 뿐인 재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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