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은 컨텐츠를 싣고] 컨텐트 관리 시스템->웹 출판 플랱폼

컨텐트 관리 시스템(Content Management System. CMS)은 일단은 말만 보면 스스로를 설명하고 있다. 말 그대로 컨텐트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오늘날 대부분의 컨텐트 관리 시스템이라 불리는 것들이 대개 실제로 하는 일이다: 웹과 관련한 기술적 능력이나 지식이 거의 없는 이들이 쉽게 웹사이트를 만들거나 웹에 컨텐츠를 펴내게 하는 것이다. 말과 실제로 하는 일이 조금 동떨어져 있다고 느낀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CMS 크리팈을 세운 마이크 존스턴(Mike Johnston)은 마그놀리아 컨퍼런스 2014에서 CMS란 말이 그동안 더럽혀졌다고 지적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본다. 컨텐트 관리 시스템이란 말이 정확히 언제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진 말이자 개념인지, 만들어질 때 무엇을 가리키는 말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치만 적어도 오늘날 컨텐트 관리 시스템으로 주로 불리는 것들을 좀 더 알맞은,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려야만 한다고 본다.

오늘날 가장 대표적이며 많이 쓰이는 컨텐트 관리 시스템으로 불리는 것은 바로 워드프레스이다. 워드프레스는 처음에는 블로깅 도구로 출발했다. 나중에는 점차 블로그가 아닌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에도 널리 쓰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워드프레스는 이른바 컨텐트 관리 시스템이라는 것으로 스스로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워드프레스가 그저 블로깅 도구만이 아니라는 것은 맞다. 따라서 블로깅 도구가 아닌 어떤 다른 무언가로 부르는 것은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다만 그게 컨텐트 관리 시스템이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워드프레스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컨텐트 관리 시스템으로 불리는 것들로는 드루팔, 줌라 등이 꼽힌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웹 사이트를 만드는 데 쓰인다. 또한, 이것들은 모두 똑같이 PHP로 만들어졌다. PHP는 웹 문서를 만드는 언어이다. 따라서 이들을 묶어 부르는 말에 웹이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본다.

사실 개념적으로 컨텐트 관리 시스템(CMS)과 웹 컨텐트 관리 시스템(Web Content Management System. WCMS)을 나누기도 한다. 컨텐트 관리 시스템 중의 하나로서, 웹과 관련된 컨텐트를 다루는 것이 웹 컨텐트 관리 시스템인 것이다. 웹과 조금도 관련이 없는 컨텐트 관리 시스템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따라서 웹과 관련이 있을 때는 웹을 따로 넣어주는 것이 더 이치에 맞다고 본다.

물론 웹 기술이 쓰였다고 해서 언제나 웹을 붙이는 것도 꼭 알맞지는 않을 것이다. 웹이 중심이 아니라 곁가지에 가깝게 쓰일 수도 있다. 이럴 때에는 웹을 쓰는 게 더 어색할 수도 있다.

워드프레스, 드루팔, 줌라를 비롯한 오늘날 컨텐트 관리 시스템으로 불리는 것들은 실제로 웹사이트를 쉽게 만들고, 그 컨텐츠를 쉽게 관리하는 것이 주로 하는 일이다. 웹이 확실하게 목적이다. 이들은 모두 처음부터 본질적으로 웹 컨텐트 관리 시스템의 하나였다. 여태까지 컨텐트 관리 시스템이라고 곧잘 불렸던 것 중에 웹 컨텐트 관리 시스템이 아닌 것들이 없었다. 이들은 모두 웹이란 말을 넣는 것만으로 부르는 말과 실제로 하는 일이 훨씬 더 가까워진다.

즉 실제로 웹 컨텐트 관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컨텐트 관리 시스템으로 불린 것이다. 이것이 문제이다. 컨텐트 관리 시스템이란 말을 더럽힌 것이다. 컨텐트 관리 시스템과 웹 컨텐트 관리 시스템은 실제로 서로 다른 말이고, 충분히 이론적으로 그리고 개념적으로 나누어질 수도 있다. 근데 이 둘이 실제로는 그냥 같은 말로 쓰인다. 나누어질 수 있는 것이, 나누어져야 할 것이 나누어지지 못한 것이다.

사실, 심지어 컨텐트 관리도 썩 와닿지는 않는다. 컨텐트 관리는 할 수 있는 일은 맞는데, 하고자 하는 일은 아니라고 느낀다. 컨텐트 관리 시스템이라 불리는 것이 정말로 하고자 하는 일은 따로 있다고 본다.

그것들이 궁극적으로 하는 일, 그 목표는 바로: 웹에 컨텐츠를 펴내고 싣는 것이다. 컨텐트 관리는 단순히 컨텐츠를 펴내는 일에 도움을 주고 그걸 좀 더 쉽게 해주는 면일 뿐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워드프레스를 왜 쓰는가라는 물음에 컨텐트를 관리하려고라는 답은 컨텐츠를 웹에 쉽게 올리려고라는 답보다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컨텐트 관리보다는 출판이라는 말이 쓰여야 한다고 본다.

시스템이란 말은 틀린 말은 아닌데 꼭 있어야만 하는 말도 아닌 듯 하다. 조금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일단은 없어도 괜찮다고 본다.

짤막하게 웹 출판기 정도면 컨텐트 관리 시스템에 비해서는 더 나은 말일 듯 싶다.

문제는 출판기를 영어로 옮기면 퍼블리셔(Publisher)이지 않을까 하는데, 웹 퍼블리셔는 웹 출판사로도 옮겨질 수 있다. 출판물을 책이나 신문이 아니라 웹으로 내는 출판사 말이다. 따라서 그저 출판기(퍼블리셔)보다는 좀 더 뜻을 뚜렷하게 해주는 말이 있어야 한다. 이제는 시스템과 같은 말이 있긴 해야한다는 것을 느낀다.

플랱폼이 가장 마음에 끌린다. 컨텐츠 출판이란 컨텐츠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컨텐츠를 만드는 것은 컨텐츠를 발판 위에 차곡차곡 쌓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웹 출판 플랱폼(Web Publishing Platform. WPP). 나는 이것이 오늘날 컨텐트 관리 시스템이라 불리는 것들을 보다 제대로 나타내는 말이라고 느낀다.

컨텐트 관리 시스템이라는 말에 마음을 줄 수 없었던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사실 나는 컨텐트 관리 시스템으로 불렸던 것들만 웹 출판 플랱폼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서 어떠한 모습으로든 웹에 컨텐츠를 올릴 수 있게 해주는 모든 것은(예를 들어, 호스팅 서비스 혹은 공유(공유란 출판의 하나이다. 웹에 컨텐츠를 올리는 모든 것이 출판이고 공유는 공개적인 출판이라 할 수 있다) 서비스) 다 본질적으로 웹 출판 플랱폼이라고 여긴다. 예를 들어, 유튜브나 비메오는 비디오 웹 출판 플랱폼이다. 이미저 혹은 플리커는 이미지 혹은 사진 출판 플랱폼이다. 블로깅 도구는 포스트 웹 출판 플랱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단지 각각 주로 다루는 컨텐츠 혹은 컨텐츠를 주로 어떻게 펴내는지가 다를 뿐이다.

이들에 비해 워드프레스 등 컨텐트 관리 시스템으로 불렸던 것들이 다른 웹 출판 플랱폼에 비해 딱히 특화된 것 없이 여러가지를 다깉이 다룰 수 있고 관리 기능에 좀 더 힘을 써서 뛰어난 것은 맞다. 그것을 어필하는 것도 나쁜 게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본 기능으로 말하는 것은 본말전도인 것으로 느껴졌다. 예를 들어 적어도 관리 특화 웹 출판 플랱폼과 같이, 본 기능을 나타내는 말이 있어야 했다.

분명히 말해서, 유튜브 등과 컨텐트 관리 시스템으로 불리는 것들을 누가 봐도 뚜렷하게 나누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 모두 웹에 컨텐츠를 펴내고 싣는다는, 그 본질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컨텐트 관리 시스템으로 불렸던 것들이 블로깅 도구로 출발했지만, 얼마 안가 범용 웹 출판 플랱폼으로 쉽게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한다. 블로그와 블로그가 아닌 웹사이트는 사실 그렇게 다르지 않다. 그저 컨텐츠를 어떻게 펴내느냐만 살짝 다를 뿐이다. 컨텐츠를 펴낸다는 본질 자체는 같다. 말하자면 컨텐트 관리 시스템으로 불리는 것의 발전사 그 자체가 그 자신과 자신이 아닌 웹 출판 플랱폼이 서로 아주 가깝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보통 컨텐트 관리 시스템으로 불리지 않았던 다른 많은 웹 출판 플랱폼들도 어느 만큼은 다루는 컨텐츠를 관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컨텐트 관리 시스템으로 잘 불리지 않는다. 정말로, 유튜브 등을 비디오 컨텐츠 관리 시스템 등으로 부르지 않을 아주 마땅한 이유는 찾기 힘들다.

이것들은 모두 컨텐트 관리 시스템으로 불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웹 출판 플랱폼이 나누기 어렵거나 나눌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가깝거나 겹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컨텐트 관리 시스템이라는 것에 최소 필요 조건이란 건 없었다. 대체 관리하는 기능이 어느 정도로 좋아야? 컨텐츠를 얼마나 쉽게 펴낼 수 있어야? 적어도 어느 기능까지는 있어야만 컨텐트 관리 시스템이다라고 하는 기준 같은 게 없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처음부터 뜻이 뚜렷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느슨함과 흐릿함이 내 마음을 멀어지게 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사실 그러한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은 건 처음부터 이치에 맞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웹 출판 플랱폼은 웹에 컨텐츠를 올리는 일을 어느 만큼 쉽게 해주는 면이 있다. 어떤 플랱폼은 이 면이 다른 플랱폼보다 더 뛰어나거나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개념적인 차원에서 서로 다르게 나누려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정리하여, 내가 오늘날 컨텐트 관리 시스템으로 불리는 것들을 그것으로 부르는 것에 마음이 가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지를 똑바르게 나타내지 않는다.
  •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같은 일을 얼만큼 잘 하느냐 못하느냐로 가르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래서 몹시 흐릿하다.

나는 웹 출판 플랱폼(Web Publishing Platform. WPP)이야말로 오늘날 컨텐트 관리 시스템이라 불리는 것들에 여태까지 쓰였어야 그리고 적어도 앞으로라도 써야하는 말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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