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oglow식 RPG론][탱커] 정말로 탱커란

딜러나 힐러에 비해 탱커가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 묻는 말이 훨씬 더 많다. 일단 탱커가 수비적 탱커와 공격적 탱커로 또 나뉠 정도로 탱커가 단순하지 않은 역할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 탱커란 말이 그다지 좋지 않은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탱커는 탱커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나타내지 않는다.

탱크는 흔히 전차라 불리는 병기에서 따온 것이다. 마치 그 병기인 탱크와 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말이다. 따라서 탱커에 대해 알려면 병기 탱크에 대해서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 병기를 부르는 탱크란 말조차 그 병기가 실제로 어떤 병기인지 나타내었던 말이 아니라, 어떤 병기였는지 상대 편에게 감추려고 썼던 말이다.

이보다는, 탱커가 무엇인지 보다 더 잘 나타내는 말을 찾아 써야한다고 본다. 이러려면, 결국 다음 물음의 답을 찾아야 한다: 탱커란 정말로 무엇일까?

여태까지는 임의로 플레이 스타일이 받을 피해를 줄여 우리 편을 지키는 것인 플레이어로 뜻을 정하였지만, 이는 한참 모자란 뜻이다. 탱커가 무엇인지 알려면, 탱커가 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보면 된다.

탱커는 우선 우리 편을 위험으로부터 지킨다. 그래서 탱커가 있으면, 시간적으로 위험한 순간이나 공간적으로 위험한 곳이, 덜 위험하게 되거나 줄어들게 된다. 말하자면, 위험에 덜 처하게 된다.

위험이 줄어들게 되면서, 위험에서 도망치는 것이 강제되었던 것 등의 시간과 공간이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안전해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위험하기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느긋하게,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혹은 해야만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탱커가 있으면 우리 편이 뜻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늘어나게 된다.

바로 이것이다. 우리 편에게 시간과 공간을 늘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탱커라 불리는 것이 하는 일이자 존재 이유이다.

탱커란 바로 시간 및 공간 창출자(Time & Space Creator) 혹은 시·공간 창출자이다.

탱킹이란 그 목적과 결과가 시간 혹은 공간과 관련된 모든 플레이 스타일을 말한다. 좀 더 정확히는, 시간과 공간을 늘려 더 많이 뚯대로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시간 및 공간 창출 플레이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 편과 상대 편이 서로 한 방에 상대를 끝장내는 공격을 하려 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우리 편의 공격에 5초가 걸리고, 상대 편은 공격에 4초가 걸린다고 해보자. 이 때 시간 및 공간 창출자가 우리 편의 공격을 2초 빠르게 하거나 상대 편의 공격을 2초 늦춘다면 혹은 우리 편의 공격은 닿되 상대 편의 공격은 닿지 않도록(혹은 닿더라도 효과가 없게) 뭔가 공간을 바꾼다면 끝장나는 건 상대 편이 될 것이다.

탱킹이 수비적 탱킹과 공격적 탱킹으로 나뉠 수 있는 이유는 탱킹은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목적과 결과에 관련되어 있는 플레이스 타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장에서 어떤 부대가 이동할 때 그 부대가 움직이는 동안 그 부대가 공격받지 않도록 그 부대와 같은 편인 다른 부대가 상대 편을 공격했다고 해보자.

언뜻 보면 다른 부대가 한 것은 말그대로 공격이기 때문에 딜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 부대가 실제로 하고자 했던 것은 움직이려 한 부대가 위험하지 않게 움직일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벌어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탱킹인 것이다.

훼방과 씻김을 탱킹기로 여겼던 이유는 훼방이란 시간을 빼앗는 능력들이고 씻김이란 훼방으로 빼앗긴 시간을 다시 찾아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 속도의 본질을 탱킹으로 여긴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왜냐면 탱킹이란 시간 및 공간을 창출하는 플레이 스타일이고, 이동 속도란 그야말로 공간과 시간에 관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동 속도가 빨라지면 우리 편은 더 좋은 곳을 먼저 차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뜻대로 할 수 있는 공간에 더 많이 갈 수 있다는 것은 곧 뜻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탱킹은 단순히 우리 편을 숨만 붙어있게끔 지키고 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편이 뜻대로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늘려준다. 그 결과의 예 중 하나로, 딜러는 자기 뜻대로 딜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다(물론 힐러의 힐도 늘어날 것이다.). 말하자면, 시간 및 공간을 창출하는 모든 플레이가 딜링이 늘어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것이 탱킹의 목적이자 본질인 것이다.

이는 이동 속도가 올라가는 것이 딜링이 늘어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해서 내가 이동 속도를 딜링에 관한 능력으로 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딜링이 늘어나는 것은 이동 속도 뿐만이 아니라 훼방과 씻김 등, 다른 모든 탱킹기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딜러가 위치 선정 능력이 뛰어나면 딜을 많이 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위험이 적고 뜻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서는 것은 그 자체가 탱킹 능력이다. 즉, 탱킹으로 딜을 늘린 것이다.

시간 및 공간 창출자는 우리 편에게 판을 깔아주고 기회가 더 많이 생기게 한다. 보통 시간 및 공간 창출자가 플레이 메이커가 되고는 하는데, 이는 시간 및 공간 창출 능력이 이른바 바로 주도권을 확보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Loading Facebook Comments ...

Leave a Comment

No Trackba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