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vs 도타 2] 점멸

리그 오브 레전드와 도타 2의 다른 점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러나 그 수많은 것 중 리그 오브 레전드와 도타 2를 진정으로 다른 게임으로 만드는 절대적인 요소는 바로 점멸이라고 본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도타 2에는 모두 점멸 능력이 있다.

세부적으로 세세한 건 좀 다른데 중요한 건 모두 어찌되었든 모든 영웅이 원할 때 선택적으로 지닐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여하튼 리그 오브 레전드든 도타 2든 가장 중요한 능력 하나를 꼽아보라면 바로 이 점멸을 꼽아볼 수 있는데, 왜냐면 롤이든 도타 2든 어떤 영웅들의 능력들은 능력의 사거리, 영웅의 이속 등 때문에 점멸이 있어야만 능력을 제대로 쓸 공간이 나오도록 설계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걸 점멸 의존성이라 한다. 점멸이 공간적 능력인 만큼, 주로 공간적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근거리 뚜벅이들이 점멸 의존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러한 능력들이 그 능력들의 자체적인 재사용 대기 시간이 어떻든, 실질적인 재사용 대시 시간은 점멸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따르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능력들이 쓰일 때 그 능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능력 또한 점멸이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점멸은 소환사 주문 중 하나로, 소환사 주문을 한 칸 포기해야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조건에 따라 줄어들긴 하지만, 점멸이 기본적으로 재사용 대기 시간이 5분으로 설계 되어 있다. 그리고 소환사 주문을 포함하여,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점멸보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긴 능력은 없다. 점멸보다 긴 상호 작용 시간을 가진 것은 이른바 에핔 몹이라고 하는 전장 내 오브젴트의 재출연 시간 뿐이다.

5분은 능력의 평균적인 재사용 대기 시간 뿐만 아니라 전장의 크기, 플레이어들의 평균 이동 속도, 공속, 각종 오브젴트들의 요소 등등을 모두 고려할 때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다. 꽤나 많은 걸 할 수 있는 긴 시간이다.

문제는 앞서 말한 점멸 의존성이다. 주 능력이 점멸 의존성이 높은 영웅들은 적어도 5분마다에만 활약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5분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왔다고 해서 칼같이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점멸을 꼭 능력을 제대로 쓰려고 쓰게 되는 것도 아니며, 당연히 능력을 쓰려고 점멸을 썼다고 해서 꼭 그 능력을 정말 제대로 쓰게 되는 것도 아니다.

점멸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5분이나 되며 5분 동안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영웅들이 제법 많으며 이러한 영웅들이 근거리 뚜벅이일 때가 많다는 것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실제 플레이를 하나 보자면, 위치 선정에 의해 능력을 써서 상대 편을 물어서 득을 볼 수 있다면, 특히 상대가 점멸로만 피할 수 있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는 능력을 질러보는 게 좋다. 특히 그것이 재사용 대기 시간이 비교적 긴 능력이라 할지라도 그렇다.

그대로 물게 된다면 당연히 좋은 것이고, 상대가 점멸로 도망가서 능력을 피하고 물리지 않았더라도 득을 본 것이다. 어차피 점멸이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재사용 대기 시간이 가장 긴 능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 웬만하면 시간적으로 득을 얻은 셈이다.

더욱이 롤에서는 점멸을 자주 쓰지 못해서 최대한 아껴 쓰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대 편이 점멸로 피할 수 있음에도 점멸을 아끼느라 피하지 않고 잘 물려주고는 한다.

사실, 능력으로 점멸을 도망가는 데 쓰도록 해서 공간적 주도권을 쥐고, 그 주도권이 유지되는 동안 이득을 챙겨나가는 게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의 정석이자 그 자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조작은 가볍지만 운영은 무겁고 묵직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 역시 점멸 때문이다. 특히 점멸 의존성이 높은 영웅들로 구성되었다면 점멸을 바탕으로 한 턴 게임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사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언제나 비판하고 싶은 점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점멸은 스마트 시전으로만 나가도록 설계된 점이다. 이 때문에 손이 살짝 미끄러진다거나 해서 낭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중요한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이유로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길게 설계 되어있으면서 동시에 실수로 낭비되기 쉽도록 설계되어 있다. 너무나 작은 실수로 너무나 큰 걸 잃는다. 이건 명백하게 잘못된 설계라고 본다. 다른 능력은 몰라도 점멸만큼은 목표 지정 시전 및 선택적 스마트 시전으로 설계되는 등 이러한 실수를 막는 장치가 있어야만 했다.

도타 2

도타 2는 점멸 단검이라는 아이템의 능력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점멸을 쓰려면 경기 안에서 점멸 단검을 사야할 정도의 자원을 벌어야하고 아이템 칸 하나를 포기 해야하기까지 한다.

도타 2에서 점멸은 달랑 12초밖에 되지 않는다. 도타 2안에서 점멸의 재사용 대기 시간에 준하거나 긴 능력들은 그야말로 수두룩 하다.

마찬가지로 전장의 크기, 영웅들의 평균 이속이나 공격 속도 등을 모두 볼 때 도타2에서 12초는 그렇게까지 많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롤과는 달리, 도타 2에서 점멸 의존성이 높은 영웅들은 그다지 문제를 겪지 않는다. 능력을 쓸 수 있는데 점멸을 쓸 수가 없어서 능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때가 거의 없는 것이다. 설령 점멸 의존성이 높은 주 능력이 점멸보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짧더라도 어차피 점멸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아니 어느 쪽이냐면 확실히 짧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기에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는 달리 점멸 의존성이 높은 영웅들은 그저 12초마다 혹은 자연스럽게 능력의 재사용 대기 시간마다 활약할 수 있는 것이다.

도타 2에서는 원거리 영웅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에 비해 그렇게 좋지 않다고 하는데, 좀 더 정확히 하자면 근거리 영웅들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도타 2 점멸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12초인 것의 영향이 절대 적지 않다. 그리고 이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비해 도타 2의 영웅들이 비교적 고루고루 많이 쓰이는 것과도 절대 무관하지 않다.

능력을 써서 상대 플레이어를 물어서 득을 볼 수 있을 것 같을 때, 도타 2는 롤보다는 좀 더 신중해지는 것이 좋다. 상대 편이 물리지 않고 점멸로 도망갔다면 이쪽은 능력의 비용(마나)만 날린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 능력이 점멸보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길다면 시간적으로도 손해를 입은 것이다.

또한 도타 2는 점멸을 워낙에 부담 없이 쓸 수 있기 때문에 점멸을 그렇게 아끼지 않아 잘 물려주지도 않는다.

도타 2는 조작은 무겁지만 운영은 의외로 가볍고 빠른 경향을 보이는데,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점멸이 이러하기 때문이다.

거리감

이처럼 리그 오브 레전드와 도타 2는 속도감이 다른 게임인데, 또 하나 다른 것이 바로 거리감이다.

롤에서는 점멸을 한 번 쓰면 5분이나 못 쓰는데다가, 또한 5분마다 쓸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아껴 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비교적 점멸이 없다고 여기며 다닌다. 그래서 제법 가까이 있어도 생각보다 안전하고는 한다.

하지만 도타 2는 점멸이 12초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점멸 단검을 간 것이 확인되었다면) 점멸이 항상 있고 언제든 쓸 수 있다고 보며 다닌다. 그래서 멀리 있는 듯 싶어도 의외로 안전하지 않고는 한다.

재사용 대기 시간뿐만 아니라 점멸의 최대 사거리를 보더라도 롤은 400인 것에 비해 도타 2는 900~ 1 200이라 더더욱 그렇다.

특히 롤에서 도타 2로 넘어온 이들이 이 거리감을 잘못 재고 있다가 점멸 기습에 잘 당하고는 한다.

물리고 난 뒤

사실 롤과 도타2는 물리기 전 뿐만 아니라 물리고 난 뒤도 꽤나 다르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점멸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오면, 딱히 소환사 주문을 쓰지 못하는 훼방 효과에 걸리지 않는 한, 피해를 보고 있는 중에도 언제든지 점멸을 쓸 수 있다.

그래서 리그 오브 레전드는 물리고 얻어맞으면 점멸을 아끼면서 최대한 버티고 버티며, 더는 점멸을 안 쓸 수 없다고 보는 순간에 점멸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도타 2는 공격을 받아 피해를 입으면 3초간 점멸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일단 물리고 나서 빈틈없이 얻어맞기 시작하면 점멸로 도망갈 수 없게 되고, 얻어맞아가며 점멸 없이 처절하게 벗어나야 한다.

이 역시 특히 롤에서 도타 2로 넘어온 이들이 롤처럼 버티다가 여차하면 점멸을 써야지 하며 점멸로 도망가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물려줬다가 그대로 여차할 때도 서럽게 얻어맞고는 한다.

정리하자면 리그 오브 레전드는 물기 쉽지만, 물리고 난 뒤 도망가기도 쉬우며 도타 2는 물기 어렵지만, 물리고 난 뒤 도망가기도 어렵다.

번외편 - 롤, 도타 2 vs 히오스

롤, 도타 2, 히오스에는 모두 위치 선정을 삐끗 잘못했을 때, 히오스에서 가장 잘 잘려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사실 히오스에 대해서는 롤이나 도타 2만큼은 잘 모르지만 이러한 현상 역시 점멸 때문이라고 본다.

롤과 도타 2가 소환사 주문 하나나 아이템 하나를 대가로 해서 어떤 영웅이라도 원한다면 선택적으로 점멸을 얻을 수 있는 것과는 달리, 히오스는 영웅 자체에 점멸이나 그에 준하는 능력이 없으면 그냥 없다. 그리고 대체로 점멸이 없게끔 설계되어 있다.

이 때문에 히오스는 위치 선정을 한 번 삐끗하면 물리기도 쉽고, 또 물렸을 때 도망가서 살아남기도 어렵다.

롤이나 도타 2는 이러한 실수에 대해 적당한 대가(롤은 물리기 전이나 뒤의 점멸, 도타 2는 물리기 전의 점멸이나 물리고 죽은 뒤의 골드 부활. 도타 2는 이것들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다)를 내고 버티며 게임을 이을 수 있지만, 히오스는 그러기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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