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 My Passport Essential SE (USB 3.0) 1TB 시리즈 리뷰

나는 오래 전부터 자료를 많이 쓰는 편이다. 당연히 자료를 보관할 공간이 언제나 궁했다. 예전에는 CD나 DVD를 곧잘 굽고는 했다. 하지만 CD나 DVD는 여러가지로 너무 불편했다. 굽는 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관리하기 힘들었으며, 또 곧잘 망가지기도 했다. CD나 DVD가 안 좋았던 건지, ODD가 안 좋았던 건지, 보관을 잘 못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구워놓은 CD나 DVD가 나중에 보면 읽을 수 없게 되어버려 자료를 날려 허탈한 경우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휴대용 하드 드라이브를 접하게 되었다. 후지쯔사의 카미(Calmee) 제나(Xena) 콤보라는 휴대용하드였다.(2009년, 도시바가 후지쯔의 하드 드라이브 부분을 인수하면서 이후로는 도시바 카미가 되었다) 용량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500 GB를 넘지 않았던 것 같다. 외면 디자인이 지금 봐도 나쁘지 않고 또 스테인레스로 되어있는데, 메탈이나 그와 비슷하게 보이는 것들이 한창 유행인 차라리 지금 더 인기가 있지 않을까하는 제품이다. USB 2.0 뿐만 아니라 e-SATA도 지원하는 휴대용 하드였는데(언젠가 잠깐 훑어본 바로는 이런 콤보형 포트는 당시는 물론 지금조차도 그리 흔치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당시로서는 그냥 IDE와 SATA도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이건 뭐지하고 누군가 쓰는 사람이 있겠거니 하고 그냥 넘겼다. 여튼 이 휴대용 하드 드라이브를 쓰면서 이렇게 편한 세상이 있구나하며 여태까지 참 미련하게도 살아왔다 싶었다.

내가 일반적인 내장 하드를 쓰지 않았던 건... IDE와 SATA 얘기를 보면 알겠지만 컴퓨터 하드웨어와 조립이 나에게는 아직 너무나 아득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함부로 뜯었다가는 망가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항상 내 곁에 있었다. 또, 휴대성도 나에게는 중요했다. 당시 친구들끼리 재미있는 고전 게임이나 음악 파일을 왕창 모아서 서로 주고 받고는 했다. 또 서로 곧잘 집에 초대하거나 놀러가기도 했다(특히 우리집에는 유일하게 플스2가 있어 정말 자주 모이고는 했다). 그 때는 아직 클라우드 스토리지 같은 것도 없었고, 웹하드는 서로 가입을 해야했고 심지어는 유료여야 속도도 나왔고, 이메일 대용량 첨부는 혈압 상승 그 자체였고... CD, DVD나 USB 메모리 등에 자료를 넣고 집에 들르는 것이 가장 편했다.

2010년 말-2011년은 여러모로 중요한 해였다. USB 3.0은 이보다도 몇 년 더 전에 발표되었지만, 그러나 아직까지 그렇게 많이 보급된 편은 아니었다. 이러던 때에 샌디 브릿지가 세상에 나왔고, 칩셋에서(x6x 시리즈 칩셋. 이후 인텔 코어 i 6세대 칩셋) 처음으로 USB 3.0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비록 서드파티 컨트롤러(이게 회사나 제품마다 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사용한 애즈락 p67 익스트림 4의 경우는 Etron사의 컨트롤러였다)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때문인지, USB 3.0 휴대용 드라이브가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USB 3.0의 시대가 정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구나라는 느낌이었다. 한편 나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개인 컴퓨터와 조립 컴퓨터를 가져본 해이다.

사실 이 때가 오기 전 제법 한동안은 새로운 자료를 거의 받지 않았다. CD나 DVD는 옛날부터 굽지 않았고, 휴대용 하드 드라이브는 USB 2.0의 속도에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었기에 추가로 사지 않았다. 더 나은 시스템이 마련되기까지 참고 기다렸다. 그리고 샌디 브릿지 컴퓨터를 가지게 되면서, USB 3.0 포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나는 정말 들떴다. 이제부터는 USB 3.0 휴대용 하드 드라이브를 왕창 사서 자료도 듬뿍 받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리라.

내가 이 때 그린 체계적인 자료 관리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각각의 자료의 종류에 따라 전용 휴대용 하드 드라이브를 사는 것이다. 영화 전용, 드라마 전용, 음악 전용, 사진 및 이미지 전용... 예를 들어, 영화 전용이 이제 용량이 꽉 찼는데 음악 전용에 500 GB 가량 아직 남아있다면 어떻게 할까? 그 500 GB에 새 영화 자료를 넣는 것이 아니라, 그건 냅두고 영화 전용 하드 드라이브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그림이었다.

이 시기 조립 컴퓨터를 통해 이전에 비해 폭발적으로 컴퓨터 관련 지식이 늘어났다. 특히 하드 드라이브 제조사는 5개밖에(당시 기준. 이제는 3개 뿐이다)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러한 지식들을 바탕으로 여러가지를 고려하며 고르고 또 골랐다. 주로 하드 드라이브 업계 1, 2위를 다투는 웬디(WD 웨스턴디지털)와 씨게이트(Seagate)의 제품을 면밀히 비교하면서 많이 고민했다(특히 씨게이트의 고플렉스(GoFlex)는 매우 재미있는 라인이었다. 언젠가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다). 토시바쪽은 비록 하드 제조사이긴 하지만 점유율이 제일 낮아서 거진 논외로 쳤는데, 나중에 듣기로는 2.5인치 하드 드라이브는 토시바가 강했다고 하니 어쩌면 토시바쪽을 고려하는 게 정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침내 선택한 것이 바로, 웬디의 마이 패스포트 에센셜(My Passport Essential) SE이다.

그렇게 나는 1 TB짜리의 마이 패스포트 에센셜을, 꾸준히 구입하기 시작했다. 이번 기회에 옥션 등에서 구매 내역을 확인해봤는데, 이 마이 패스포트 에센셜을 2011년에 8개를 구입했더라. 꾸준히 사서 정말 다짐대로 '왕창' 샀다.

WD 마이 패스포트 시리즈의 역사

기본적으로 마이 패스포트는 웬디의 2.5인치 휴대용 하드 드라이브 라인업이다. 디자인은 대체로 이름처럼 약간 여권(얇고 작은 책?)처럼 생겼다. 사실 디자인보다는 '여권만큼 작은 하드 드라이브'를 어필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노파심에 말하지만 절대 두께와 무게까지 여권과 같은 수준이 아니다). 2014년 8월즈음에 WD가 마이 패스포트 라인업의 최신 시리즈인 마이 패스포트 울트라 메탈에서 10주년 기념 한정판을 내놓은 것으로 보아 역사가 대충 그 정도되었나 보다.

웬디 사이트만을 기준으로 내가 찾은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패스포트' 라인업 및 시리즈가 있었다. 사이트에서 패스포트 시리즈의 설명서를 보면 2006년에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름은 계속 패스포트지만, 모델 넘버가 대충 두어 종류가 있고 하는 것으로 봐서 아마 이름은 같은 이전 모델이 2004년에 나왔나보다. 그리고 이 패스포트의 역사를 마이 패스포트 역사에 포함시키는 거라면 아귀가 맞는다. 이후 2008년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마이 패스포트' 라인업이 나왔고, 최초의 시리즈는 마이 패스포트 에센셜이다.

뭐 시리즈 계보는 대충:

  • 마이 패스포트 에센셜
  • 마이 패스포트 엘리트
  • 새로운 에센셜(모델 번호가 다르다. 기능적으로는 웬디의 백업 소프트웨어인 스마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게된 듯하다)
  • 마이 패스포트 에센셜 SE(에센셜의 고용량 버전. 약간 더 두껍다)
  • 마이 패스포트 에센셜 및 에센셜 SE의 USB 3.0 버전(2011년. 이때부터 거의 모든 마이 패스포트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USB 3.0이 기본 포트가 된다)
  • 그냥 '마이 패스포트'(2012년. 문자 그대로 그냥 마이 패스포트. '마이 패스포트 라인업' 안에 그냥 '마이 패스포트 시리즈'가 있으며 이는 같은 '마이 패스포트 라인업' 안의 '마이 패스포트 에센셜'보다 늦게 나왔다. 헷갈림 유발의 장본인)
  • 마이 패스포트 울트라(2013년)
  • 마이 패스포트 울트라 메탈 에디션(2014년)이다.
  • 기본형이 이러하며 이 외에도 전문가용 등으로 특화되어 나온 세부 시리즈들이 또 따로 있다.

WD My Passport Essential SE (USB 3.0)

개요

이제와서 웬디 마이 패스포트 에센셜 SE USB 3.0을 구입할 사람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애당초 공식적으로는 이미 단종된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아직 미처 처분하지 못한 소매상들이 있기는 할테지만.). 그저 재미와 기념으로 하는 리뷰이다. 웬디 마이 패스포트의 최신 시리즈를 사는 사람들은 '아 n년만큼 이만큼 달라졌구나'하면 된다.

디자인

*몇 가지 문제가 있어 이미지 엎로드 연기. 추가 예정.

촬영은 모두 아이폰(iPhone) 5로 하였다. 에센셜 SE USB 3.0의 경우 총 4가지 색깔이 있다. 블랙, 메탈릭 블루, 메탈릭 레드, 실버(SE가 아닌 것들은 5가지 색깔이 있으며, 색깔이 조금 다르다). 사진에도 나와있지만 이중 블랙은 유광이다. 실버는 맥과도 제법 잘 어울리는 편이며, 동봉 케이블 색이 흰색이다. 음 다들 우열을 쉽게 가리기 힘들 정도로 예쁘다. 개인적으로는 메탈릭 블루나 메탈릭 레드가 제일 이쁘고, 그 다음 실버, 블랙은 그냥 그렇다. 문제는 어차피 파우치에 넣어서 쓰기 때문에 색깔 볼 일이 거의 없다시피한 편이다.

디자인은 '단순한 게 최고'라고 보면 된다. 미니멀하다고도 해야할까. 음 소위 '애플같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후면에는 중앙에 My Passport 글자가 있고, 각 꼭지점에는 고정대가 있다. 블랙과 실버는 글자가 흰색이고 메탈릭 블루와 메탈릭 레드는 검정색인데, 검정색이 더 예뻐보인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디자인이고 고정대고 나발이고 어차피 파우치에 넣어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별로 볼 일은 없다.<-

벤치마크

벤치마크에 대해서 염두해 둘 것이 있다. 새 제품 상태에서 돌린 벤치마크가 아니라, 만 3여년동안 쓸만큼 다 쓰고 험하게 굴린다음 돌린 벤치마크이다. 따라서 본래보다 성능이 내려가있는 것일 수 있다. 크리스탈디스크인포(CrystalDiskInfo)에서 조회한 정보를 첨부해두었으니 실제 사용 시간을 보면 될 듯 하다. 그리고 모두 로우 레벨 포맽을 하고 거진 다 포맽을 끝낸 '그 직후'에 돌린 벤치마크이다. 크리스탈디스크인포는 처음에 무슨 이유인가로 이미지의 일부를 잘라냈었는데, 막상 지금은 왜 잘라냈는지 기억도 안 나고 많이 후회하고 있다. 또 몇 개는 아직 HD Tune을 구입 하기 전이라 무료 버전으로 돌린 것이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은 크리스탈디스크마크와 HD Tune이며, 모두 USB 3.0이다. 벤치마크 환경: About: minoglow의 시스템 사양 참고

3년이라는 절대 짧지 않은 시간동안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을 고려해야겠지만, 일단은 사용 시간과 속도에 딱히 상관 관계가 보이지는 않는다. 또 결과가 제법 다양하게 나타난다. 속도가 초당 80 MB 초반대가 있는가하면 90 MB를 넘는 것도 있다. 이게 제품 특성인 것인지, 아니면 3년 동안 사용한 것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유일하다시피한 공통점을 뽑아내자면 모두 초당 80 MB 이상의 속도를 낸다. USB 3.0의 속도는 오버헤드 등을 고려해도 사실 이것보다는 훨씬 더 아득하게 빠르다. 이것이 시사하는 것은 2.5인치 하드 드라이브의 속도의 한계가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앞으로 USB 4.0이 나오더라도 2.5 인치 하드 드라이브에서는 속도 향상을 체감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썬더볼트 등도 마찬가지.

눈치 챈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죄다 5200 RPM인데 딱 하나 5400 RPM이 있다. 그리고 벤치마크에서 압도했다. 음 대체 왜 얘만 RPM이 다른 하드가 들어갔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이는 굉장히 나중에 발견한 것이었고 또 처음 발견했을 때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웬디 휴대용 하드 드라이브에 대한 신뢰가 엄청나게 떨어질 정도로. 왜 똑같은 돈을 내는데 사양이 다른 제품을 받게 되어야만 하는가? 이런 복불복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찾아보니 아예 제품 명세서에조차 RPM이 표기가 안 되어있다. 곽은 옛적에 버린 데다가 적혀 있었는지 아닌지 당연히 기억 나지 않고. 복불복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었을까? 물론 하드는, 아니 모든 컴퓨터 부품은 복불복이자 뽑기라고는 하지만 그건 양품이냐 불량품이냐의 문제고, RPM이 다른 건 사양 자체가 다르다는 건데 전혀 다른 문제가 아닌가. 심지어는 복불복이 이것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는 지적하지 않고 생략하겠다. 여튼 이걸 발견하고 나서 정말 몹시 실망했기 때문에 씨게이트로 잠깐 넘어가기까지 했었다. 지금은 이 기사를 보고 '그래 RPM이 뒤죽박죽이면 어때 안정적이면 그만이지'하고 씨게이트를 버리고 다시 웬디로 넘어왔다.

이중 두 개는 태국 홍수 이후에 구입한 것인데 불행히도 정확히 어느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그 때 샀다고 해서 태국 홍수 이후에 '만들어진' 것을 구매했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고. 따라서 홍수 이전과 홍수 이후의 성능 비교는 할 수 없을 듯 하다. (보다시피 이미 휴대용 하드 드라이브가 차고 넘치기도 했고) 홍수 이후 가격이 폭등하여 이 때부터 휴대용 하드 드라이브를 거의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깔맞춤을 지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색깔의 개수인 4의 배수에 맞춰 사기 위해 이미 6개를 산 시점에서 홍수가 났음에도 이 제품을 무리해서 두 개 더 샀다.

소감

지금은 하드가 정말 저렴해져서 2 TB가 12만원, 1 TB가 8~9만원 정도 하지만, 이 때에는 1 TB가 12~13만, 홍수 이후에는 16만까지 치솟을 정도로 비쌌다(지금 2 TB와 1 TB의 가격대 용량비가 굉장히 이상한데, 내 기억이 맞으면 당시 1 TB와 500 GB의 가격대 용량비도 이런 식으로 1TB가 압도적으로 더 좋았다. 휴대용 하드 드라이브는 그냥 당시에 가장 용량이 큰 버전을 사는 것이 이득인 것일까?). 그래도 나는 하나하나 충분히 돈값을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잘 썼다고 생각한다. 애당초 돈값을 못한다고 생각했으면 이렇게 많이 사지도 않았을 것이고. 집 안에서든 집 밖에서든 정말 열심히 굴렸다. 나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많이 구제해주기도 했다. RPM은 좀 충격을 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휴대용 하드 드라이브들 덕에 꽤나 윤택한 삶을 살아왔다고 느낀다. 한마디로, 무척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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