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의 서문

모든 도덕주의자들이 견해를 같이하듯이 만성적인 자책감은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이다. 혹시 무슨 나쁜 행위를 저질렀다면, 그 잘못을 뉘우치고, 능력껏 그 잘못을 시정하고 다음에는 더 잘하도록 스스로 다짐해야 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되새겨서는 안 된다. 깨끗해지기 위해서 오물 속에서 뒹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예술에도 역시 그 나름대로의 도덕이 존재한다. 이 도덕의 여러 법칙들이란 일반적인 윤리 법칙과 같거나, 적어도 유사성을 지닌다. 예를 들면 자책감이란 우리의 나쁜 행동에서처럼 나쁜 예술 작품의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나쁜 요소는 찾아내고 시인한 다음 가능하다면 피해야 한다.

20년 전에 저지른 문학적인 결함들에 집착하고, 처음 창조할 때에 결여되었던 완벽성을 도모하기 위해 좋지 못한 작품을 꿰어 맞추려는 시도를 벌이고, 젊었을 때 저질러 후세에 유산으로 전달된 예술상의 죄악들을 수정하기 위해 애쓰느라고 중년 시절을 보내고─이 모든 행위는 확실히 허황되고 쓸모없는 짓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신판『멋진 신세계』는 전에 출간된 것과 동일하다. 예술 작품으로써『멋진 신세계』가 지닌 결점들은 상당하지만 그 결점들을 바로잡으려면 나는 책을 다시 써야 했다─보다 나이가 든 성숙한 작가로서 다시 작품을 쓰는 과정에서 아마도 소설의 몇몇 결함들 뿐 아니라 본디 지니고 있었던 장점들도 제거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예술적인 자책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려는 유혹에 저항하며 차라리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다 같이 내버려두고 다른 것에 대해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올더스 헉슬리,『멋진 신세계』의 서문 중에서. 근래 내 마음에 가장 새겨둬야 할 글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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